김영림 의원(동작구의회)

[김영림 동작구의회 의원]최근 국회 본회의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의제 외 발언이라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중단시킨 사건은 정치사의 지워지지 않을 한 장면으로 남게 됐다. 이날 나경원 의원(국민의힘)이 '5대 사법 파괴 악법' 그리고 '3대 입틀막법'을 철회해 달라는 내용의 필리버스터 과정에서 가맹업법이 패스트트랙으로 진행되어 국회 법사위에서 충분히 토론되지 않았음에 대해 발언을 이어가던 중, 우원식 의장(더불어민주당)이 마이크를 꺼버린 사건은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토론'과 '견제'의 과정을 무시하며, 국회의장으로서 중립 의무를 방기하고 다수당의 힘을 내세워 독단적으로 강행한 이 행동은 단순한 절차적 논란을 넘어 ‘입법독재(立法獨裁)’와 불통과 독단적 정치의 상징으로 남을 만하다.

다수 여당 소속의 의장 권력으로 소수당 의원의 목소리를 억누른 행태는 ‘독불장군(獨不將軍)’의 행태다. 권력을 독점한 정치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이날 우 의장은 의장의 자리에서 민주주의 원칙을 수호하기는커녕, 국회의 역할을 불필요한 절차로 취급하는 독재정권의 독재자 행태와 다를 것이 없다.

이번 우 의장의 독불장군 행태를 보면, 여성 폄훼하는 모습도 보이는 듯하다. 여성 정치인의 발언권을 가로막고 마이크를 끈 행위는 단순히 정치적 대립을 넘어선 여성 정치인 비하로도 해석될 수 있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 의원들이 겪는 이중적 어려움을 고려할 때, 나경원 의원의 발언을 물리적으로 제압한 사건은 정치적·젠더적 함의를 동시다발적으로 함축하고 있다.

우 의장의 의회 운영 겉모습 아래 감춰진 여성 정치인의 의견을 억누르는 독단적 행태는 성별 간 정치적 불평등을 심화시킬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가치를 무너뜨리고 있다. 겉으로는 올바른 행동을 하는 듯 보이나 내면은 속임수로 가득 찬 ‘교언영색(巧言令色)’ 그 자체다.

나아가, 이번 사건은 민주주의의 중요 요소인 견제와 균형의 원칙을 위협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크다. 필리버스터는 다수당이 아닌 소수당이 법안 처리에 우려 사항을 제기하기 위해 존재하는 제도다. 다수당이 이를 방해하고 입법 과정을 무리하게 강행하는 것은 토론과 합의의 국회 역할을 사실상 마비시키는 행태다.

결국, 우 의장의 행위는 권력의 균형을 뒤흔들고 민주주의의 본질을 훼손한 사건으로, 그 여파는 단순히 정쟁을 넘어 한국 정치의 구조적 한계를 다시금 드러낸 계기가 되었다. 정치적 대립을 이유로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 행위는 그 누구도 정당화할 수 없다. 이는 대한민국 국회가 국민의 신뢰를 어디서 잃고 있는지, 그리고 정치적 소수의 목소리가 제대로 존중받지 못하는 구조적 책임이 무엇인지 뼈아프게 보여준다.

우 의장의 행태를 보면, 소수당의 국회의원을 무시하는 것보다 국민을 무시하는 행위다. 국회의원은 국민이 선택한 국민의 대표다. 국민의 말을 시끄럽다고 무시한 행위다. 다수의 힘으로 소수의 목소리를 억누르는 행태는 결국 국민의 신뢰를 잃게 만들며, 정치적 신뢰 붕괴를 초래한다. 정치의 장은 결코 독불장군이 설 자리가 아니다. 지금이라도 국회는 이 사건을 거울삼아 무엇이 민주주의의 본질인지 되새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