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8일, 서울구치소 앞 시위현장에서 인터뷰하는 명태균 정치 컨설턴트
[선데이타임즈=권영출 기자]차가운 겨울바람이 옷깃을 파고들던 2025년 11월 28일, 서울구치소 앞은 복잡한 감정들이 교차하는 공간이었다. 그곳에 과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의 숨은 조력자로 알려진 명태균 씨가 모습을 드러냈다.
역사적 장소라는 상징성 때문인지, 그와 나눈 인터뷰가 던지는 무게감이 그만큼 무거웠다. 권력의 흥망성쇠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이가, 자신이 기여했던 보수 정치의 심장을 향해 던지는 통렬한 자기고백이자 준엄한 질책이었다.
명태균 씨의 입에서 나온 '책임', '의리', '진정성'이라는 세 단어는, 현재 국민의힘이 겪고 있
는 극심한 분열과 불화의 본질을 꿰뚫는 핵심 키워드였다.
이날 그의 발언은 단순한 정치적 논평을 넘어, 위기에 처한 공동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리더십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었다. 본 기사는 명태균 씨의 인터뷰를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그의 주장이 현재 한국 정치, 특히 보수 진영에 던지는 의미와 파장을 다각도로 조명하고자 한다.
▲ 시민의 애국과 참모의 배신: 명태균이 가른 책임의 무게
명태균 씨는 가장 먼저 책임의 주체를 명확히 구분했다. 그는 구치소 앞에 모인 지지자들을 향한 시선과, 권력의 핵심에서 대통령을 보좌했던 참모들을 향한 시선을 극명하게 달리했다.
그는 지지자들의 행위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을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나라를 사랑하는 그 사람들의 마음을 보러 가는 것"이라며, 그들의 동기를 '순수한 애국심'으로 규정했다. 이는 '탄핵이나 비상계엄의 찬반'과 같은 정치적 셈법을 초월한, 국가의 안위를 걱정하는 시민의 마음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일반 시민의 정치 참여를 숭고한 가치로 평가한 그는 반대로 권력의 정점에서 막중한 책임을 부여받았던 정치 엘리트들에게는 서릿발 같은 잣대를 들이댔다.
"원래 활복 자살해야 되는 거 아니겠어요?"
정진석, 이철규, 권성동, 윤한홍 등 핵심 측근들의 실명을 직접 거론하며 던진 이 발언은 단순한 수사를 넘어선다. 이는 동양적 가치관, 특히 군신(君臣) 관계에서 신하가 임금을 잘못 보필했을 때 목숨으로 그 책임을 다하던 '무한 책임'의 논리를 소환한 것이다.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용납되기 어려운 극단적 표현이지만, 그가 요구하는 책임의 무게가 얼마나 엄중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시스템이나 제도의 뒤에 숨는 것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져야 할 '인격적 의무'로서의 책임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스스로를 향해서도 "한편으로는 나도 책임감이에요"라고 고백하며, 자신 역시 이 거대한 책임의 그물에서 자유롭지 않음을 분명히 했다. 이는 제3자 입장의 비평이 아닌, 내부자의 처절한 자기반성이었기에 그의 비판은 더욱 날카로운 설득력을 얻는다.
11월 28일, 서울구치소 앞 시위현장에서 인터뷰하는 명태균 정치 컨설턴트
▲ "주군이 갇혔는데…하늘이 부끄럽지 않은가": 리더십 붕괴에 대한 통찰
명태균 씨의 비판은 추경호 전 원내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를 언급하며 더욱 구체화되었다. 그는 "대통령께서 지금 구속되어 있는 거 아닙니까?"라고 반문하며, 최고 지도자가 사실상 정치적 유고 상태에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제도와 절차, 합리적 시스템을 중시하는 현대 민주주의에서 그의 주장은 '인격주의적 보수주의' 혹은 '가산제적 리더십' 관념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는 자칫 '패거리 정치'나 '시대착오적 발상'으로 비판받을 소지가 다분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의 '구시대적'으로 보이는 외침이 오늘날 많은 이들에게 신선한 울림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신념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고, 위기 앞에서 책임을 회피하며, 진심 없는 사과를 남발하는 한국 정치의 현실에 염증을 느끼는 국민들에게, 그의 '진정성'에 대한 요구는 오히려 가장 현대적이고 절실한 '시대적 요청'으로 다가온다.
둘째, 그의 발언은 보수 정치가 이념적 공허함 속에서 표류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자유, 시장, 안보와 같은 거대 담론만으로는 더 이상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없으며, 책임, 의리, 헌신과 같은 근본적인 인간적 가치를 회복해야만 재건의 길이 열릴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다.
셋째, 시스템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없으며, 결국 정치는 '사람'이 하는 것이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제기한다. 위기 상황에서 공동체를 위해 자신을 던질 수 있는 리더와 참모의 인격적 덕목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인터뷰를 정리하면서, 명태균 씨의 발언이 분열된 정치 지형 속에서 다양한 해석을 낳을 것이라 예측된다. 누군가에게는 낡은 시대의 잔재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잃어버린 가치를 일깨우는 죽비(竹篦) 소리로 들릴 수 있다. 분명한 것은, 그의 외침이 한국 보수 정치가 앞으로 어떤 가치를 중심으로 재편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심도 깊은 논쟁의 불씨를 지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