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신수동 거구장에서 열린 SDP 이사회 정기총회에 참석한 이지희 SDP 이사

[선데이타임즈=윤석문 기자]기후위기는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 문화적 패러다임 전환을 일으키며, 다양한 형태로 표출되고 있다.

기후위기를 풍자한 블록버스터 ‘돈룩업’, 환경 파괴를 고발하는 다큐멘터리 ‘어스’, 기후재난을 소재로 한 SF 소설 ‘클리피픽션’, 기후변화를 주제로 한 글로벌 예술 운동 ‘익스팅션 리벨리온’ 등의 영화·다큐멘터리 분야와 업사이클링 의류, ‘슬로우 패션’ 운동, 제로 웨이스트 디자인과 폐기물을 최소화한 제품 등의 패션·디자인 분야 그리고 환경 파괴를 경고하는 빌리 아일리시의 ‘All the Good Girls Go to Hell’ 음악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우리나라 무용계에서도 기후위기에 대한 세계적 관심을 무대에 올려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호소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작품이 이지희 안무가가 기후위기라는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인간과 자연 그리고 사회 전반의 문제를 풀어나간 작품 ‘블루 아워(Blue Hour)’이다.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신수동 거구장에서 열린 SDP 이사회 정기총회에서 회의를 마치고 기념촬영하는 SDP 이사 및 홍선미 대표(좌측 세번째)

이지희 안무가는 SDP(Seoul Dance Play, 이사장 홍선미) 이사로 활동하며, 무용과 기후위기의 결합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특히 그녀는 예술적 표현으로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이를 통해 환경 문제를 각성시키는 것은 물론 통계나 강연보다 직관적·감성적인 메시지를 전달하여 기후위기라는 복잡한 문제를 예술적 아름다움과 충격적 이미지로 전달해 사회적 변화를 이끌겠다는 당찬 각오를 밝혔다.

그리고 SDP와 함께 국제 무용 페스티벌에서 기후위기를 주제로 한 작품을 통해 글로벌 이슈화 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이지희 안무가는 “현대 사회는 인간의 욕망과 기술 중심의 발전 속에서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사이에 다양한 형태의 충돌을 야기해 왔다”며, “이제 우리는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위해, 그 과정에서 잃어버린 것들의 소중함을 다시 돌아보아야 할 시점에 놓여 있다”라고 전했다.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신수동 거구장에서 열린 SDP 이사회 정기총회에 참석한 이기향 이사(좌측), 이지희 이사(중앙), 정미영 이사(우측)

그러면서 이 안무가는 현대인의 삶과 지구, 환경과의 관계를 의미 있게 다룬 작품 ‘Blue Hour’에 대해 “‘Blue Hour’라는 제목은 다양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Blue’는 개인의 내면에 깃든 우울과 희망을 동시에 담은 색이자, 우주 공간에서 바라본 지구를 상징하는 푸른 행성의 색이기도 하다”며, “작품은 그 푸른색을 지닌 지구가 점차 색을 잃어가는 과정을 은유적으로 보여주며, 인간의 선택과 태도가 미래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질문한다”라는 말로 기후가 인간의 무분별한 탐욕에 질서를 잃어가고 있음을 설명했다.

이어 “‘Blue Hour’는 명확한 답을 제시하기보다, 경계의 시간에 서 있는 이 순간 관객 스스로가 어떤 방향을 선택할 것인지를 되묻게 한다”라며, “흐릿한 어둠 속에서도 빛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지, 그리고 인간과 자연이 다시 공존할 수 있는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을지를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으로 전달하는 작품”이라고 부연하며, 인간이 탐욕에서 탈피하고 자연으로 돌아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미래가치를 작품으로 승화할 수 있음을 암시했다.

이지희 SDP 이사<사진=B.H SON>와 지난 11월 1일부터 3일까지 서강대학교 메리홀 대극장에서 열린 '제7회 SDP국제페스티벌'에 참가한 출연자 및 STAFF

지금 세계는 요란하다. 자연의 파괴는 인간이 하고 있으며, 그 대안도 인간이 찾고 있다. 하지만 가치의 변화 없이 소리만 요란하다고 변화는 시작되지 않는다. 이에 무용계에서도 그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변화는 소리가 아니라 몸으로 표현하는 가치들이 모여 행동으로 표출해야 그 속의 인간을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