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교 철학박사]주택 정책은 이념이 아니라 성과로 평가받아야 한다.
최근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주택 공급 대책에 대해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재명 정부의 주택 공급 대책은 한마디로 ‘똑같은 실패를 반복하겠다’는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 때 공공주도로 서울 3만3천 호를 공급하겠다고 큰소리쳤지만, 실제 추진된 건 겨우 2천200호였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처럼 참담한 실패작이었는데도 또다시 ‘공공 주도 카드’를 꺼내 들었다”라며, “학습 효과라곤 전혀 보이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 때 서울에 3만3천 호를 공급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로 추진된 것은 2천200호에 불과했다. 거창한 계획에도 불구하고 실행력은 턱없이 부족했으며, 결과적으로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 그럼에도 현 정부는 같은 방식, 즉 공공주도를 다시 내세우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려 하고 있다. 이는 정책 실패의 ‘데자뷰’라 할만하다.
서울의 지난 20년간 주택 공급 구조를 보면 현실은 더욱 분명하다. 민간이 88.1%의 공급을 담당했고, 공공은 11.9%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중앙정부 산하기관(LH 등)이 주도한 물량은 2.2%에 머물렀다. 결국 서울의 주택 공급을 이끌어 온 것은 민간이며, 공공의 역할은 제한적이었다는 사실이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여전히 공공주도 방식을 고집하는 것은 시장의 현실보다 이념적 신념에 매몰된 결과로 보인다.
공공의 올바른 역할은 ‘직접 공급자’가 아니라 ‘조정자·지원자’다. 공공이 모든 것을 주도하겠다는 발상은 중앙집권적 계획경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이미 역사적으로 계획경제는 자원의 비효율적 배분과 만성적 부족을 초래하며 실패를 거듭해 왔다. 주택 공급 역시 다르지 않다. 공공이 직접 시장을 장악하려 하면 실행력 부족, 공급 차질, 가격 불안이라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공공이 규제를 완화하고 절차를 단축하며 민간의 역량을 뒷받침할 때 성과는 뚜렷하게 나타난다. 서울시의 ‘신속 통합기획’이 대표적이다. 기존 5년이 걸리던 정비사업 절차를 2년6개 월로 줄이고, 이를 통해 24만5천 가구의 공급 기반을 마련했다. 이는 민간 주도-공공 지원이라는 구조가 효율성과 실행력을 동시에 담보할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주택 정책은 정치적 구호나 이념적 실험이 아니라 성과로 평가받는 것이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주거 안정이지, 공공 만능주의의 선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정부가 또다시 공공주도 방식을 반복한다면 시장의 불안은 커지고, 국민은 정책에 대한 신뢰를 거둘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이념의 고집이 아니라 실용적 해법이다. 민간이 중심이 되어 공급을 책임지고, 공공은 제도적 장벽을 제거하며 지원자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주택 시장의 안정과 국민의 신뢰를 동시에 회복할 수 있는 길이다. 같은 실패의 데자뷰를 되풀이할 시간이 우리에게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