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타임즈=권영출 기자]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겨울바람은 더 차갑고 매섭게 느껴진다. 지난 12월 22일, 검찰은 공천 개입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명태균씨에게 징역 6년을 구형했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의 수사 결과가 중형 구형으로 귀결된 순간이었다. 그러나 구형 직후 만난 명 씨의 표정은 의외로 담담했다.
그는 이번 구형이 "철저히 기획된 목적 수사의 결과"라며, 이미 예견된 수순이었다고 입을 열었다. 하지만 자신의 혐의에 대해 논리정연하게 반박하던 그의 목소리도, 고통받는 가족 이야기를 꺼낼 때만큼은 미세하게 흔들렸다.
▶ "이미 답은 정해져 있었다"... 징역 6년 구형의 의미
명 씨는 검찰의 구형량에 대해 조금도 놀랍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인터뷰에서 "검찰은 수사 초기부터 '징역 5년' 이상이라는 목표를 설정해 두고 있었다"며 "가족과 지인들에게도 이미 '5년 이상 구형이 나올 것'이라고 이야기해 뒀을 정도"라고 밝혔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이번 수사는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과정이라기보다는, 검찰이 짜놓은 프레임을 완성하기 위한 요식 행위에 가까웠다는 것이다.
그는 수사 책임자의 과거 발언을 언급하며 검찰 논리의 모순을 지적했다. 명 씨는 "정유미 검사가 당초 이 사건을 이첩할 때만 해도 '명태균 사건은 솜사탕 사건이야. 뭐가 있는 것 같지만 법률적으로 큰 문제가 없어'라고 평가했었다"고 회고했다. "그런데 새로운 증거가 발견된 것도 아닌데, 솜사탕 같던 사건이 갑자기 징역 6년짜리 중범죄로 둔갑했다"며, 이것이 "새로운 판례와 기록을 만들어 보겠다는 검찰의 과욕이 빚어낸 촌극"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 "고발자가 도망간 화재 현장"... 이준석 무혐의의 이면
최근 경찰이 이준석 대표의 성 상납 의혹 등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과 관련해서도 명 씨는 할 말이 많아 보였다. 그는 이 사건의 본질을 '정치적 스캔들'이 아닌 '금전 갈취 미수 사건'으로 규정했다.
명 씨는 "이준석 대표가 무혐의를 받은 것은 결국 의혹을 제기한 강혜경 씨와 이를 고발한 시민단체 측이 주장을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불이 났다고 소리쳐서 소방관(경찰)이 왔는데, 신고자가 불난 증거를 하나도 못 보여주니 '화재 없음' 결론이 난 것과 같다"는 비유다.
더 나아가 "이 사건은 강혜경과 김태열이 이준석과 내 이름을 팔아 제3자(백이동)로부터 돈을 뜯어내려다 실패하고, 자신들의 범죄(돈을 받고 배달 사고를 낸 것)를 덮기 위해 나에게 덮어씌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은 이 과정에서 어떠한 지시를 내린 적도 없으며, 이를 증명할 녹음이나 문자 같은 객관적 증거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 미래한국연구소의 진짜 주인은 누구인가
재판의 핵심 쟁점인 '미래한국연구소 실소유주' 논란에 대해서도 명 씨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검찰은 명 씨를 '실질적 운영자'로 보고, 그를 김태열(등기상 대표)·강혜경과 '경제 공동체'로 묶어 처벌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명 씨는 "나는 10원 한 장 쓴 적 없다"며 이를 전면 부인했다.
"검찰은 내가 직접 돈을 받은 증거가 없으니 '경제 공동체'라는 프레임을 가져왔습니다. 실제 돈을 관리하고 쓴 사람은 강혜경과 김태열인데, 그들이 저지른 횡령과 배달 사고의 책임을 왜 내가 져야 합니까?“
명 씨는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하며 반박했다. 공소장에 적시된 2억 4천만 원 중 절반은 반환되었고, 나머지 금액 중 약 1억 1,500만 원은 강혜경 씨가 사적으로 유용했으며, 1,700만 원은 김태열 씨가 배달 사고를 냈다는 것이 명 씨의 주장이다. 그는 "가게 점원들이 금고에서 돈을 꺼내 쓰고 주인이 모르게 사고를 쳤는데, 검찰은 가끔 들르는 단골손님인 나를 '숨겨진 진짜 사장'이라며 잡아가려는 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현장 한번 안 가본 수사"... 부실 수사 의혹 제기
명 씨는 검찰의 수사 방식 자체에도 심각한 결함이 있다고 주장했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한 것은 '현장 조사의 부재'다. 사건의 무대가 된 ‘미래한국연구소 진해 사무실’은 창원지검에서 차로 불과 20분 거리다. 하지만 명 씨에 따르면 검찰은 단 한 번도 현장에 나와 확인하지 않았다고 한다.
"건물 관리사무소나 주변 입주 업체들만 조사해봐도 누가 진짜 사장인지, 내가 얼마나 사무실에 발길을 안 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검찰은 현장은 쳐다보지도 않고 서울에서 사람들만 불러 조사했습니다. 인천 업체를 조사하면서 인천은 안 가고 서울 사람 말만 듣는 게 말이 됩니까?"
그는 검찰이 '명태균 구속'이라는 결론을 정해놓고, 그에 맞지 않는 사실관계는 철저히 외면했다고 주장했다. 법리적으로 처벌 근거가 약한 '세비 반띵' 의혹 등에 대해서도 "정치자금법상 사후 수뢰죄는 없다"는 논리를 펴며 무리한 기소라고 비판했다.
▶ 무너진 가정, 아빠의 눈물
인터뷰 내내 강한 어조로 검찰과 언론을 비판하던 명 씨였지만, 가족 이야기가 나오자 잠시 침묵했다. '명태균 게이트'라는 꼬리표는 비단 그에게만 붙은 것이 아니었다. 사회적 낙인은 그의 가족, 특히 어린 자녀들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명 씨는 "고등학생인 아이는 대인기피증에 시달리며 학교생활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한창 예민한 시기에 쏟아지는 세상의 비난과 손가락질을 감당하기엔 아이의 어깨가 너무 작았다. 더욱 가슴 아픈 것은 아직 세상 물정 모르는 막내딸의 상황이다. 명 씨는 "아빠 문제 때문에 막내딸은 내년에 학교 입학조차 불투명한 상황이 되었다"며 끝내 말끝을 흐렸다.
가장의 구속과 이어지는 재판, 그리고 쏟아지는 악성 보도 속에서 한 가정은 풍비박산이 났다. 명 씨는 자신의 억울함을 증명하는 것만큼이나, 무너져버린 아이들의 일상을 되돌리는 것이 절실해 보였다. "내가 지은 죄가 있다면 달게 받겠지만, 내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아이들이 겪어야 하는 고통은 너무나 가혹하다"는 그의 호소는 법리적 다툼을 떠나 가장의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게 했다.
▶ "끝까지 싸워 '역사'가 아닌 '진실'을 남기겠다"
인터뷰를 마치며 명 씨는 향후 재판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그는 검찰이 이번 사건을 통해 "새로운 판례를 만들고 역사를 쓰려 한다"고 비판했지만, 자신은 그들이 쓰려는 '역사'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밝히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에 대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사실 확인보다 프레임 만들기에 급급한 언론, 사법 시스템을 정쟁의 도구로 삼는 정치권, 그리고 목적을 위해 절차적 정의를 무시하는 검찰 모두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징역 6년이라는 무거운 구형 앞에서도 명태균 씨는 자신의 무죄를 확신하고 있었다. 이제 공은 법원으로 넘어갔다. '희대의 국정 농단'일지, 아니면 '검찰의 무리한 표적 수사'일지, 사법부의 최종 판단에 온 국민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리고 그 법적 판단 너머에는, 뉴스의 홍수 속에 잊혀가고 있는 한 가족의 아픔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
<본 기사는 명태균 씨와의 인터뷰 및 제공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