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하는 서천호 의원
[선데이타임즈=김혜정 기자]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 시행(2024.1)되면서 대부분 농가도 기업과 동일한 법적 책임을 부담하게 됐다. 그러나 이에 상응하는 안전관리 지원체계가 전혀 마련되지 않은 채 법적 의무만 부과되면서 농촌 현장은 혼란에 빠져 있는 실정이다.
서천호 의원(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경남 사천·남해·하동)이 21일, 농촌진흥청으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일시적으로 상시근로자 5인을 초과해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이 되는 농가가 약 31만호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농업 현장은 기상 환경, 계절적 고용, 농기계 사용 등으로 인해 안전사고 위험이 높다. 실제로 산업재해 통계에 따르면 농업의 재해율은 전체 산업 평균보다 1.2배 높은 0.76%, 산재 사망률은 일반 근로자 대비 3배 이상(2.9%) 에 달한다. 현장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 법 적용이 농업인들에게 불안과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농촌진흥청은 '농어업인안전보험법'에 따라 재해 예방 연구·기술개발, 교육, 전문인력 양성, 안전정보시스템 구축 등 법정 책무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3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현장 적용 가능한 교육과 컨설팅 인프라를 구축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농촌진흥청이 시행하는 농업인 대상 중대재해처벌법 교육 내용은 법 개요 수준의 형식적 프로그램에 머물러 실질적 예방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평가다. 농작업 안전관리자를 두고 있는 시군은 전국의 12.8%(20개 시군)에 그치며, 이마저도 시군당 2명에 불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또한 ‘농작업 중대재해 위험저감’과 ‘농기계 사고제로 안전마을 조성’사업 예산도 확보되지 않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장에서는 법이 ‘재해 예방’이 아니라 ‘처벌만 남은 법’으로 변질됐다고 호소하고 있다.
서천호 의원은 “중대재해처벌법 대상 농가만 31만 호에 이르지만, 농진청은 교육·인력·예산 모든 부분에서 준비가 미흡하다”며, “현장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제도는 농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 뿐, 행정적 처벌 강화가 아니라 교육과 지원 중심의 실질적 예방 체계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