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지방법원에 출석하며 기자 질의에 답변하는 명태균 정치 컨설턴트

[선데이타임즈=권영출 기자]정치 기술자 명태균! 그는 자신이 설계한 정치적 현상들이 만들어낸 거대한 파도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그의 입을 통해 드러난 한국 정치의 막후는 추문과 의혹, 배신과 암투로 가득하다. 그의 주장이 모두 진실인지, 혹은 과장과 왜곡이 섞여 있는지는 앞으로의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서서히 밝혀질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가 던진 돌이 한국 정치라는 거대한 호수에 깊고 넓은 파문을 일으켰다는 사실이다. 그의 거침없는 폭로는 정치인과 스폰서의 위험한 공생 관계, 파벌주의와 측근 정치의 병폐 등 우리가 어렴풋이 짐작만 하던 정치의 ‘그림자’를 구체적인 실체로 눈앞에 가져다 놓았다. 그는 자신의 의도와 무관하게, 한국 사회가 정치의 투명성과 공정성 문제에 대해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이제 선택은 우리 사회의 몫이다. 이 논란을 한 ‘이슈 메이커’의 개인적인 정치 공방으로 치부하고 넘어갈 것인가? 아니면 이를 계기로 실력과 비전에 기반한 정치 문화를 정착시키는, 개혁의 동력으로 삼을 것인가? 하는 깊은 명제를 던졌다. 실제로 명태균이라는 인물은, 빛과 그림자의 경계에 서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가 만들어낸 ‘명태균 이슈’는 한국 정치가 더 밝은 곳으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할 시험대가 되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진실성? - 기억력에 기반한 구체적 증언
명태균 씨 주장의 가장 큰 특징은 ‘구체성’이다. 그와 인터뷰하는 내내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내용을 들으면서 발견한 것이 있다. 자주 언급했던 근현대사와 관련한 사례의 경우, 년 도와 날짜, 중심인물의 정확한 이름, 배경지식과 다양한 각도에서 본 역사관 등을 입체적으로 풀어내는 것을 보면서 ‘우수한 기억력’을 가졌다고 인정하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그는 추상적인 의혹 제기를 넘어, 자신의 기억에 의존한 생생한 디테일을 증거로 제시한다. 이는 그의 주장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핵심적인 장치로 작용한다. 특히, 오세훈 시장과 김영선 전 의원과의 만남을 둘러싼 공방에서 그의 기억력은 빛을 발한다.

검찰 조사에서, 몇 년 전에 있었던 중국집 회동에 대한 대질 과정에서, 김영선 전 의원이 결제한 카드의 색깔을 ‘짙은 회색/자주빛’으로 진술했고, 이후 검찰 조사에서 김 전 의원이 자신의 카드 색이 자주색임을 인정했다고 밝히며 기억의 일치를 확인했다.

또한, 오 시장과의 장어집 회동에 대해서도 오 시장이 결제한 금액 ‘104,000원’, 주문했던 맥주 브랜드 ‘카스’를 김영선 전 의원이 ‘테라’로 바꿔달라고 요청한 사소한 일화까지 기억해 낸
다. 명 씨가 이 디테일을 제시하자 김 전 의원이 만남 사실을 일괄 인정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세부 사항들은 거짓으로 꾸며내기 어려운 종류의 정보다. 이는 듣는 이로 하여금 ‘저렇게까지 구체적인데 사실이 아닐까?’라는 심증을 갖게 만든다. 명 씨는 자신의 뛰어난 기억력을 일종의 ‘인적 증거’로 활용하며, 상대방의 부인을 무력화시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그의 주장이 법정에서 어떤 증거 능력을 가질지는 별개의 문제지만, 여론전에서는 강력한 무기가 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명태균의 눈에 비친 정치인들!
명태균 씨의 증언은 특정 사건을 넘어, 그가 만난 여러 정치인의 면모를 엿보게 하는 ‘인물평’의 성격을 띤다. 그의 평가는 때로는 날카로운 분석으로, 때로는 신랄한 비판으로 나타나며, 이는 역설적으로 한국 정치 시스템의 문제점을 드러내는 거울 역할을 한다.

특히, 명 씨와 김건희 여사와의 관계는 주목할 만하다. 그는 김 여사와 48분간 강한 언쟁을 벌인 통화를 마지막으로 관계가 끝났다고 진술하며, “대통령 경선 때 알던 김건희와 달랐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는 권력의 중심에 선 인물의 변화를 암시하는 대목이다.

한편, 명 씨는 2024년 2월, 김 여사에게 “‘총선 공천에 개입하면, 110석도 못 얻는다’고 직언했다”라고 SNS에 밝혔다. 이는 그가 권력의 정점에 있는 인물에게도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정치 기술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동시에, 대통령실의 공천 개입 의혹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정면으로 건드린 것이다.

명 씨의 인물평 중 가장 신랄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과 그 핵심 측근, 이른바 ‘윤핵관’을 향한 비판이다. 그는 “정치 초보 윤석열 김건희 부부를 숙주로 윤핵관이 기생했다”고 규정하며, 이들이 정부 침몰의 원인이라고 진단한다.

그는 ‘십상시’라는 역사적 은유를 들어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언론과 정치 패널들을 비판하고, 윤핵관들을 “새로운 숙주를 찾아다니는 정치 기생충”으로 묘사하며 박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비판은 단순히 특정 인물에 대한 호불호를 넘어, 한국 정치의 고질적인 ‘측근 정치’와 ‘파벌주의’의 폐해를 지적하는 것으로 확장된다. 전문성과 능력보다는 충성도와 사적 인연에 따라 인사가 이루어지는 시스템이 어떻게 국정 운영을 왜곡시키는지를 그의 시선을 통해 엿볼 수 있다.

그의 인물평은 결국 개개인의 성품 문제를 넘어, 그러한 인물들이 득세할 수밖에 없는 정치 시스템의 구조적 결함에 대한 고발로 이어진다. 이런 지적은 보수와 진보를 넘어, 정치권에서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는 조언이다.

▲투명한 정치를 향한 촉매제가 될 것인가?
명 씨는 한국 정치의 근본적인 문제로 “자격증과 룰이 부재하여, 편법과 반칙이 난무하다”며, 구조를 지적한다. 누구나 쉽게 정치에 뛰어들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규칙이나 직업윤리가 부재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법대로”를 외치는 법조인 출신들이 정치에 많이 진입하게 되지만, 정작 정치의 본질인 대화와 타협, 정책 개발 능력은 뒷전으로 밀려난다는 진단이다. 나경원 전 의원 역시 ‘전당대회 룰셋팅으로 쌈박질 안 하는 전통있는 룰’과 ‘기획을 빙자한 음모가 판치지 않는 새로운 전당대회 문화 정립’을 촉구하며 이러한 문제의식에 공감대를 표했다.

명 씨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정치 전문 대학원’, ‘정치학교’, 특히 ‘철학 학교’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이는 정치를 단순한 권력 투쟁이 아닌, 고도의 전문성과 철학적 기반이 필요한 영역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의 제안은 음지에서 암약하는 ‘정치 기술’을 양지로 끌어내고,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정치 행위를 표준화하고 예측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으로 느껴졌다.

오세훈 시장이 “검찰은 조속하고 엄정한 수사를 통해 이 모든 혐의를 명명백백하게 밝혀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요구하고, 나경원 전 의원이 “어떤 일이 있었는지 나도 궁금하다. 진실이 명명백백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말한 것처럼, 이제 공은 사법부와 정치권으로 넘어갔다.

‘명태균 이슈’는 단순히 한 개인의 폭로전을 넘어, 투명한 정치 행위를 통한 공정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사회적 논의를 촉발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를 통해 선거 과정에서 사용되는 모든 비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여론조사 기관의 독립성과 윤리기준을 강화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명태균 이슈’의 반전은 ‘국민이 너무 오랫동안 정치인을 잘못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들을 신격화하고, 과대평가하고, 실체보다 이미지에 현혹되어 왔다. 정치인의 말이 아닌 행동을, 이미지가 아닌 실체를, 공약이 아닌 실제 능력을 봐야 한다.

선거가 제 기능을 하려면, 유권자의 시선이 냉정하고 이성적이어야 한다. 정치인의 달콤한 말에 속지 않고, 화려한 포장에 현혹되지도 않으며, 실제 역량과 자질을 냉철하게 평가할 수 있는 힘! 명태균이 보여준 그 차갑고도 정확한 시선, 그것이야말로 우리 모든 시민이 가져야 할
정치적 안목이다.

그래야만 진짜 유능하고 도덕적인 정치인들이 선택받고, 무능하고 부패한 자들은 도태되는 건전한 정치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느꼈다. 그의 증언이 불러온 혼란과 갈등의 끝에서, 정치권이 진정한 자기반성과 제도 개선의 노력을 보여줄 때, 비로소 그의 등장은 한국 정치 발전에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ckddn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