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모처에서 기자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명태균 정치 컨설턴트

[선데이타임즈=권영출 기자]본지는 최근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명태균 정치 컨설턴트와 총 5시간에 걸쳐 심층 인터뷰 그리고 전화 인터뷰를 병행했다.

그는 각종 의혹의 중심에 서 있으면서도, 스스로를 ‘정치 기술자’로 칭하며 독자적인 정치 철학을 펼쳐왔다. 언론에 비친 ‘여론 설계자’, ‘정치 브로커’라는 이미지 뒤에, 그가 말하는 정치의 본질과 컨설턴트의 역할은 무엇인지 들어보았다.

■‘아버지 같은 분’을 돕기 위해…정치 컨설팅의 시작
명태균 씨가 ‘정치 컨설턴트’의 길로 들어선 계기는 의외로 단순했다. 전화번호부 사업과 데이터베이스 프로그래머로 활동하던 2014년, 그는 4선 국회의원과 당대표를 지낸 안상수 씨를 만났다. 당시 경남지사 출마를 고려하던 안상수 씨에게 현실적인 판단을 제시했다. 그가 판단할 때, 당시 홍준표 지사와의 대결은 승산이 없다고 보았다. 그래서 인구 100만의 통합 창원시장 출마를 권유한 것이다.

명 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당대표까지 지낸 분이 기초단체장으로 가는 것을 낮게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안 전 의원께서는 고향에 봉사하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제안을 받아들이셨다”고 말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돕기로 결심한 이유는 ‘존경심’과 ‘연민’이었다.

명태균 씨는 “저의 아버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아버지 같은 분으로 여겼다. 그런 분이 고향의 기초단체장 경선에서 떨어지면 큰 망신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며, “국가를 위해 큰일을 해온 분이 지역 발전에 기여할 기회를 만들어드리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이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 경험을 통해 자신의 역할이 단순히 선거를 이기게 하는 것을 넘어, 한 인물의 정치적 생명을 구하고 지역 사회에 기여하는 길을 여는 것임을 깨달았다고 했다. 특히 안상수 시장 당선 후, 시의 직책이나 금전적 이익 제안을 모두 거절한 일화는 그의 컨설팅 철학의 근간을 보여준다. “순수한 동기가 훼손될 것을 우려했다”는 그의 말은, 이익이 아닌 ‘대의(大義)’와 ‘관계’를 중시하는 그의 태도를 일관되고 명확하게 드러낸다.

■나는 현상을 만드는 사람, 정치 기술자다.
명태균 씨는 자신을 ‘정치 평론가’가 아닌 ‘정치 기술자’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그는 두 역할의 차이를 자동차에 비유해 설명했다.

명태균 씨는 “정치 평론가는 이미 만들어진 자동차를 보고 평가하고 홍보하는 사람”이라고 했으며, “반면 정치 기술자는 그 자동차를 직접 설계하고 만들어내는 사람이죠. 저는 정치적인 일이나 환경, 현상을 예상하고 평론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것을 직접 만들어내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정의하는 ‘정치 기술자’는 고객(정치인)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고, 그들에게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역할을 한다. 이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야구의 ‘그림자 포수’, 혹은 요리사에 비유된다. 모든 악기를 직접 연주할 필요는 없지만 전체의 하모니를 만들어내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투수의 상태’를 예리하게 파악해 감독에게 조언하며, 재료의 맛을 살려 대중의 입맛에 맞는 ‘간’을 맞추는 역할, 이것이 정치 기술자를 표현하는 비유라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서도 “유명 정치인들도 단지 명태균에게는 고객일 뿐”이라며, “정치인들을 신격화시키면 국민은 노예가 될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운명론적 접근으로 후보의 명예에 편승하려는 일부 컨설턴트와 달리, 모든 고객을 동등한 ‘재료’로 보고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내려는 기술자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한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팬덤 정치’가 기승을 부릴수록, 건강한 정치 생태계는 오염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 명확해졌다. 정치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기 위한 시스템인데, 결국 ‘팬덤 현상’은 서비스를 받아야 할 국민이 특정 정치인을 우상처럼 떠받들고 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이런 현상은 ‘국민을 노예’로 전락시킬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정치는 서비스이다. 국민의 요구(needs)를 파악하여,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콘텐츠(content)를 개발하고 제공하는 것이 정치의 본질이자 시대정신”이라며, “서로를 적폐라며 개싸움하는 것은 정말 미친 짓”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보는 건강한 정치 생태계를 위한 정치인의 첫 번째 덕목은 ‘퍼블릭 마인드(공공성)’다. 국민의 삶을 평안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안민복지(安民福祉)’를 실현하려는 대의(大義)가 바로 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정치권이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품위와 자질이 약화되었으며, 존경받는 지도자가 부재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법조인 중심의 정치 구조가 ‘법 만능주의’에 빠져 다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중국, 일본 등 각국에 대한 깊이 있는 전문가를 양성하고, 이들이 외교와 정책 수립에 참여해야만 대한민국이 국제 사회에서 끌려다니지 않을 것”이라며, 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실제로 미국 정치인들의 대학 전공은 역사, 경제, 법학, 정치학 분야가 많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바람직한 컨설턴트의 자세: ‘말기 환자’ 전문, 대가 없는 조력
명태균 씨는 스스로를 “‘가품을 진짜로 만드는 사람’, ‘말기 환자를 치료하는 재야 의사’”이라고 칭한다. 그는 당선 확률이 낮은 어려운 케이스에 도전할 때, 더 큰 희열과 성취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되는 놈에 숟가락 얹는 것에는 흥미가 없다. 저를 찾아오는 의뢰인 대부분은 스스로 당선이 어렵다고 평가받는 ‘말기 환자들’”이라며, “불리한 상황을 전략으로 뒤집어 승리로 만드는 것이 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바람직한 정치 컨설턴트의 자세로 ‘대의(大義)를 위한 헌신’과 ‘순수성 유지’를 꼽았다. 2022년 대선 당시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위해 활동했으며, 금전적 보상이나 자리를 원하지 않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공짜 점심은 없다”는 세간의 시선에 대해 그는 “믿고 안 믿고는 개인의 자유지만, 나는 대의로만 참여했다”고 답했다.

그는 수억 원대의 비용을 받는 타 컨설팅 업체들을 비판하며, 돈이 아닌 전략과 진심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조가 여포를 죽이지 않고 자신의 편으로 만들려 했던 것처럼, 상대를 압도적으로 설득하고 감동시키는 방식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이 자신의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컨설턴트가 단순히 기술만 파는 것이 아니라, 후보자와 깊은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동반자가 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명태균 씨는 논란의 인물이다. 그의 말과 행동은 때로 거칠고, 그의 전략은 시스템의 허점을 파고든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러나 대면 및 전화 인터뷰 동안 그가 일관되게 강조한 것은 ‘정치의 본질 회복’과 ‘공공성을 향한 기여’였다.

그가 스스로를 ‘정치 기술자’로 부르는 이유는, 낡은 정치의 판을 부수고 국민을 위한 새로운 판을 짜고 싶다는 열망의 다른 표현일지도 모른다. 그의 행보가 한국 정치에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역사가 판단하겠지만, 그가 던진 ‘정치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은 모두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