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림 의원(동작구의회)
[김영림 동작구의회 의원]최근 국민의힘 윤희숙 혁신위원장이 1차 혁신 대상으로 나경원, 윤상현, 장동혁, 송언석 의원 등의 실명을 거론 했다. 특정 인물들을 겨냥해 ‘거취 표명’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당의 쇄신이라는 대의명분 뒤에 숨겨진 또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는 건 아닌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위기 상황에서 변화와 혁신은 필수다. 그러나 국민의힘 혁신위는 그 과정에서 특정 개인들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정치적 ‘단두대’에 세우려는 시도는 과연 합리적이며 당의 미래를 위한 진정한 길인지 반문할 필요가 있다.
혁신위원장인 윤희숙 전 의원의 정치적 경험 부족이 이러한 일방적인 ‘책임론’을 부추기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온다. 정치 공학적 이해와 복잡한 당내 역학 관계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 없이 인적 청산을 시도하는 모습은 당의 쇄신보다는 오히려 분열을 조장할 가능성이 크다.
과거 ‘탄핵의 바다’에 당을 밀어 넣고 ‘과거와의 단절에 저항했다’는 추상적인 비난만이 존재할 뿐,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과 결정이 현재 당의 위기를 초래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은 부재하다. 마치 총선과 대선 패배의 책임을 특정 개인들에게 몰아붙임으로써 혁신위 스스로 존재감을 부각하고, 정작 더 근본적인 문제점들은 회피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듯하다.
국힘의 정치적 책임은 단순히 몇몇 인물들의 퇴장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만약 당의 위기가 일부 인물의 ‘과거와의 단절 저항’ 때문이라면 그 배경에는 무엇이 있었으며, 당 지도부는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도 함께 물어야 한다. 일부 특정 인물의 거취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섣부른 판단은 오히려 당 내부의 갈등을 심화시키고 분열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 이는 복잡한 정치 현실을 단순화하려는 정치 경험 부족에서 비롯된 오류일 수 있다. 더욱이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이러한 인적 쇄신 요구는 자칫 ‘보복성 청산’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특정 세력의 입맛에 맞는 인물들만 남기고 자신들과 생각을 달리하는 이들을 제거하려는 시도로 해석될 여지도 다분하다. 이러한 방식의 쇄신은 당의 외연 확장은 커녕, 내부의 건강한 비판과 견제를 위축시키고, 결국은 획일적인 사고방식만을 남길 뿐이다. 정치는 이론이 아닌 현실이며,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는 포용력이 필수적임을 윤 위원장은 간과하고 있는 듯하다.
국민의힘이 진정으로 쇄신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특정 개개인에 대한 책임 추궁보다는 당 전체의 구조적인 문제점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의 시스템 개선이 우선 되어야 하며, 인재 영입 방식의 혁신 그리고 무엇보다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겸허한 자세가 필요하다.
혁신이란 이름으로 몇몇 인물들을 희생양 삼아 보여주기식 쇄신을 하는 것은 일시적인 눈 가림에 불과하며, 장기적으로 당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뿐이다. 충분한 정치적 경험 없이 성급하게 휘두르는 혁신의 칼날은 자칫 당의 심장을 찌를 수도 있다.
오늘날 당의 위기는 몇몇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당 정체성의 혼란과 분열로 인해 쇄신의 동력을 잃었다는 것이다. 과연 언급된 의원의 책임이 스스로 거취를 밝혀야 할 정도로 절대적이며, 그들의 부재가 당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진정한 쇄신은 특정 인물들을 숙청하는 것이 아니라, 당원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참여하여 미래를 향한 로드맵을 그리는 과정이어야 한다. ‘쇄신’의 칼날이 정작 겨누어야 할 곳은 특정 개개인들이 아니라, 변화를 두려워하는 당의 관성과 구태에 있지 않은지 성찰해야 할 때이며, 환골탈태만이 보수정당인 국민의힘이 살아날 유일한 길이다.
혁신위는 자신들의 정치적 경험 부족이 당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깊이 숙고하고 정확한 진단 없이 별다른 치료도 없이 환부를 무작정 도려낼 것이 아니라 시간이 걸리더라도 장기적인 대안과 비전을 갖고 탄핵의 풍랑 속에서 화합과 포용으로 국민을 향한 방향키를 제대로 잡아야 할 것임을 명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