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훈 목사 ‘오락가락’ 행보에 한국교회 ‘갈팡질팡’

장윤실 승인 2016.11.21 14:30 의견 0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의 어설픈 행보가 논란이 되고 있다.

한기총은 보수성향의 기독교 연합단체로서 박근혜 정부와 지속적인 친분관계를 유지해왔다. 특히 지난 10월 24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헌법 개정을 제안했을 때 한기총은 개헌에 대한 대통령의 용단을 환영하며 적극 지지한다는 내용의 찬성 성명을 냈다.

평소엔 박근혜 정부 찬양하더니, 최순실 게이트 터지자 태세전환?

한기총은 “개정 헌법 이후 오늘날의 변화된 상황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개헌은 필요하며, 이에 대한 대통령의 용단을 환영하며 적극 지지한다”며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정부의 희생과 도전에 격려를 보낸다”고 밝혔다.

그런데 1주일 만에 상황은 급변했다. 지난 1일 평통연대 창립총회에서 이 목사는 현 박근혜 정부의 통일정책에 대해 비판했다. 현 정부에 대해 우호적 태도를 보여왔던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수장인 이 목사가 정부 정책을 부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창립총회에 이어 ‘한반도 평화와 교회의 역할’을 주제로 열린 포럼에서 이 목사는 “노무현 대통령 말기에 짓던 평양 조용기심장병원 공사를 6개월이면 끝났을 병원 공사가 이명박 대통령 이후 공사가 중단되어 8년 동안 짓지 못하고 있다”며 “여러 차례 정부나 대통령에게 건의했지만, 정부의 이념편향 때문에 계속 늦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목사는 “통일을 원한다면 정부가 아닌 민간차원에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며 “개성공단 역시 폐쇄하지 말고, 한 10개 정도로 늘리면 어떻겠는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개성공단 폐쇄한 것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이단 척결하겠다더니 이단 영입?

2014년 9월 한기총 대표회장 취임 당시 이영훈 목사는 이단 사이비 척결을 강조했다. 또한 이를 전제로 한국교회연합(이하 한교연)과의 통합을 꾸준히 시도해왔다.  

하지만 2015년 12월 31일, 한기총서 이단성 논란이 짙은 다락방 류광수 목사와 레마선교회의 가입을 승인했다. 이는 이단 척결을 주장한 이 목사의 발언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이에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은 한기총이 영입한 위 교단들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통합논의는 어렵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주요 교단들을 복귀시키고 원래 하나였던 한교연과의 통합을 이루겠다고 선언한 이 목사의 꿈은 물거품으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한기총의 이단문제가 명확히 해결되지 않으면서 예장합동 등 주요교단들의 실망감은 커져만 가고, 한기총 복귀는 날로 멀어져만 가고 있다.

5년 전엔 WCC 개최 수장, 지금은 반대 수장

때는 2011년 1월 28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목사가 진보 성향의 기독교단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회장으로 취임한 날이다.

이날 이 목사는 세계교회협의회(WCC) 2013년 총회를 잘 준비하겠다고 말하며, 교회 일치와 연합 및 세계 교회와의 연대 기회로 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NCCK의 대척점에 있는 곳이 바로 한기총이다. 보수 기독교를 자처하는 한기총은 WCC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여왔다.

특히 이 목사 이전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로 재직했던 조용기 원로목사는 2012년 9월 25일 25일 주요 일간지 광고로 ‘저의 신앙관을 공개합니다’라는 제하의 성명에서 “WCC는 종교다원주의, 동성결혼허용, 공산주의를 포용하며 다양성을 위장하는 혼합종교 성향을 띤다”며 “보수신앙을 지키기 위한 연합기관 한기총을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2016년 2월 2일 한기총 대표회장으로 취임한 이 목사는 WCC의 종교다원화 신학사상에 대한 분명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런데 이 목사는 NCCK 회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WCC를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으니, 신학적 정체성 없이 혼란스러운 행보를 보여왔다는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 목사의 이 같은 오락가락 행보에 한기총은 물론 한국교회의 앞날 전체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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