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한글사랑 정신이 한글세계화의 지름길

오양심 승인 2019.07.08 16:47 의견 0
오양심 주간

[선데이타임즈=오양심 주간]‘집에서 새는 바가지 들에 가서도 샌다’는 말이 있다. 본성이 나쁜 것은 어디를 가도 그 본색을 감출 수 없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우리말 우리글을 사랑하는 정신이 없으면 한글세계화를 할 수 없다는 말이다. 한글세계화를 하기 위해서는 나부터, 우리부터 우리나라 안에서부터 한글을 사랑하는 정신이 투철해야 한다.

요즘 청소년들은 언어파괴 현상이 심각하다. ‘생일선물’을 ‘생선’이라고 한다. ‘생일파티’를 ‘생파’라고 한다. 어른이 생각하는 생선과 생파는 아이들이 생각하는 생선과 생파하고는 의미가 다르다. ‘엄빠갱’은 어머니 아버지가 갑자기 들이닥쳤을 때 표현하는 말이다. 이때 아이들은 ‘열라 짱나(매우 짜증나)’라고 말한다. 어른과 청소년의 소통 부재로 언어생활의 장벽이 두터워지고 있다.

청소년들의 맞춤법 파괴 사례는 더 당황스럽다. ‘나보고 이래라 저래라 하지마(나보고 일해라 절해라 하지마)’, ‘갈수록 미모가 일취월장(갈수록 미모가 일치얼짱)’, ‘네가 내 인생의 반려자(니가 내 인생의 발여자)’, ‘꽃샘추위(곱셈추위)’, ‘장래희망(장례희망)’ 등이다. 컴퓨터 통신문화의 발달로 쉽고 빠르게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학교에서 한자(漢字) 교육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연예인의 한글파괴 사례는 경연장을 방불케 한다.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에서 인기 있는 연예인들이 사용하는 ‘이 새끼야’, 돌대가리, ‘어디로 나이를 처먹었니?’ ‘영감탱이’ 등의 속어 비어의 파장력은 상당하다. KBS 개그콘서트에서도 ‘눈탱이’‘대가리’‘발모가지’‘엿 먹어’‘개떡 같다’ 같은 경상도와 전라도 사투리의 과도한 사용으로 국민 언어생활에 혼란을 주고 있다.

교육청이 한글파괴를 한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높다. 서울시 교육청은 지난 1월 ‘조직문화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혁신과제 1순위가 호칭 변경 시행방안 내용이었다. 교육청이 조직문화를 변화시키기 위한 혁신학교를 대상으로 ‘선생님’ 대신 ‘쌤’이라는 수평적 호칭 시범실시 안내문을 발송한 것이다. 그동안 교사들은 친근감을 빌미로, ‘쌤’이라고 부르는 학생들의 언어폭력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는데, 막상 '선생님'이라는 마지막 남은 자긍심에 교육청 공문은 찬물까지 을 끼얹은 것이다. 우리말 우리글은 교육청까지 합세하여 국적불명을 만들어 가고 있는 실정이다.

한글파괴의 최종 원인은 스마트 폰과 인터넷이다. 간편하다는 이유로 어법이 파괴된 채팅용어와 문자메시지 용어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모티콘이나 축약어 등은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공간에서 생겨난 변형된 표현수단이다. 세계 각지에서 쏟아져 나온, 변화의 장에서 의사소통을 나누는 사람들은, 빠르게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받아들여야 한다. 가능하면 짧은 말, 짧은 기호를 고안해서 사용하다보니,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한글파괴의 주범이 되고 있다.

한글은 독창적인 글자, 과학적인 글자, 배우기 쉬운 글자이다. 한글은 분명한 시기(1446년)에 특정한 사람들(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사들)이 24개의 낱자를 써서 만든 완전한 글자이다. 집현전 학자인 정인지는 훈민정음 서(序)에서, 한글은 삼재(천지인)의 뜻을 모두 알며, 바람소리, 학 울음소리, 닭 우는 소리, 개 짖는 소리까지 모두 적을 수가 있다고 했다. 슬기로운 사람은 아침을 마치기도 전에 깨우치고. 어리석은 사람도 열흘이면 배울 수 있다고 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문맹률 1% 미만 국가가 되었다.

다행스럽게도 지구촌에서는 500여 개국에서 700여 대학이 한글을 가르치고 있다. 동남아를 비롯하여 유럽에서도 한글을 배우는 외국인들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우리는 한글의 우수성을 외면한 채 국적 불명의 속어나 비어, 은어를 남발하고 있다. 정부나 시민단체, 또는 인터넷에서 자유롭게 공론의 장을 만들어 한글파괴의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 올바른 한글사랑 정신이 한글세계화의 지름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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