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국가정보에 대한 몰상식의 합창!

선데이타임즈 승인 2022.07.04 14:19 의견 0
한희원 동국대 일반대학원장

[한희원 동국대 일반대학원장]“교수님! 이래도 되는 건가요?, 정보 정의론은 무엇인가요?” 박지원 전 국정원장의 언행에 대한 어느 학생의 질문이다. 박 전 원장은 문 대통령이 자신을 국정원장에 임명한 것은 “문 대통령을 비판하던 자신의 입을 봉해 버리려고 한 것이라는 견해를 밝힌다. 그는 국정원이 박정희 정부부터 박근혜 정부까지 정치인, 기업인, 언론인 등 사회 각계 인사에 대한 60년 정보가 담긴 ‘X파일’을 보관 중”이라며, “어떤 정치인은 어디 어떻게 해서 어떻게 돈을 받았다고 하더라. 무슨 어떤 연예인하고 썸싱이 있다. 따라서 이런 정보를 공개하면 의원님들 이혼당한다”라고 폭로했다. 이런 분이 자유대한민국의 국정원장을 했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이나 정치권의 국가정보에 대한 인식도 오십보백보인 듯하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국정원장과 독대를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규현 국정원장도 대통령에게 독대 보고는 되도록 하지 않겠다고 맞장구친다. 국회 정보위 소속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국정원장이 독대 보고를 하면 부작용이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먼저 박지원 전 국정원장의 언동은 현행 국가정보원직원법을 위반하는 범법행위일 뿐만이 아니라 정보 질서 교란이고 국격 파괴다. 정보역사에서 영국 비밀정보부(MI6) 소속 비밀 정보요원인 조지 블레이크(George Blake)가 재직 때의 정보활동을 누설했다가 구속되고 출판물의 판권과 이익이 몰수된 사례는 널리 회자한다.

정보기구가 보관하는 자료는 ‘먼지’도 정보가 될 수 있다는 정보 속담이 있다. 때마침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가 프랑스 탐사보도 전문기자의 취재를 바탕으로 푸틴 대통령이 해외에 나갈 때면 언제나 ‘특별 배설물(똥) 가방’을 챙긴다고 보도했다. 왜 그럴까? 지도자의 대변이 국가안보 수호를 위한 특급정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CIA가 푸틴의 대변을 입수했다면, 건강 상태, 남은 수명 등을 파악하여 러시아에 대한 경제정책, 안보 정책, 동맹 정책을 변경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보수장을 지낸 분의 국가정보에 대한 인식 수준은 국격이다. 그 자리를 꿰찬 동기를 말하고 존안 자료 정보를 누설하며 정치 개입 발언을 남발하는 박지원 전 원장의 언동은 국격 파괴이다. 외국 정보기구에는 대한민국 정보기구를 아예 찌라시를 생산하는 협잡꾼 수준으로 오해하게 만든 모독적 발언이다. 우방국 정보기구와의 정보공유가 원활히 이루어질 리가 없다.

다음으로 윤대통령과 국정원장 그리고 정치권의 정보에 대한 인식도 한심하다. 정보기구와 정보의 사용법을 전혀 고민해본 바가 없는 단견이다. 단적으로 정보는 최신 뉴스이다. 뉴스의 생명은 스피드다. 글로벌 무한경쟁의 시대에 정보 없는 국가경영은 불가능하다.

“국정원은 본연의 임무인 정보 수집을 하고, 정보를 이용해 정책을 만들고 가공하는 것은 대통령과 안보실 참모들이 모여 의논하면 되는 것”이라는 윤대통령의 발언이나 국정원장의 독대 보고 자제 발언은 한가하다. 대통령과 정보수장이 독대하면 정보왜곡, 정보의 권력화, 정치개입이 초래될 수 있다는 인식은 냉전적 사고이다. 최신의 실시간 정보로 무장한 전 세계 경쟁 세력에 대해 눈을 막고 귀를 가리고 붙어보겠다고 선언하는 만용이다.

국정원장이 정보의 궁극적 소비자인 대통령에게 독대 보고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적당히 놀고 책임질 일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참고로 미래강국 인도의 국가경영 경전인 아타샤스트라는 국가 통치자는 하루에 최소 3회 정보 보고를 받아야 한다고 명령한다. 정보의 제국 미국 대통령의 업무도 정보 보고로 시작한다.

정보기구의 올바른 사용은 지도자의 역량이다. 변호사 출신 클린턴 대통령도 후보 시절 CIA를 극히 혐오했다. 독대 보고를 받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나 클린턴 대통령은 매일 CIA의 정보 보고를 받는 것은 불가피함을 이해하면서도 일방적인 정보 수령에 그치지 않았다. 특유의 비상한 판단으로 CIA에 되물으면서 수많은 정보지시를 하달했다. 특히 세계 경제정보에 대한 정밀한 정보를 끊임없이 요구했다. 결국 클린턴 대통령은 경제정보를 가장 잘 활용한 대통령이 되었다. 그 결과 여비서 르윈스키와의 입에 담을 수도 없는 염문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에도 사랑받는 훌륭한 대통령으로 손꼽힌다.

사실 정보기구는 국가통치의 그 어떤 영역에 대해서도 실천적인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할 능력이 있다. 자유를 위한 무명의 헌사인 정보는 자신의 손에 더러운 피를 묻히는 작업이다. 그러나 그 이유는 자유를 지켜내기 위함이다. 국가지도자가 정보기구를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서 국가경쟁력이 결정된다. 국가지도자들이 정보를 우스개로 만들고 경원시하는 듯한 자세는 소리 없는 전쟁의 최전선에 봉사하는 정보요원들에 대한 모욕이다.

정보는 나침반이다. 정보는 머리는 아니다. 그러나 국가의 귀와 눈이다. 정보 없는 국가경영은 불가능하다. 대통령은 더 자주 글로벌 정보 보고를 받고 필요한 내용을 지시해야 한다. 대통령이 명령하면 해낼 것이다. 경제발전 그리고 국가안보 수호를 위한 최선의 길에 대해 더 자주 명령하라. 그리고 보고받아라, 부족하면 또 명령하라. 정보기구의 국가와 국민에 대한 무한한 서비스는 구체적으로 최고 통수권자에 대한 정보서비스의 질로 드러난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말한다. “우리는 그 누구도 가지 않는 곳을 가고,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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