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위안부 할머니의 유언도 불법이라는 지자체···“당신들은 일본인인가?”

김상교 승인 2021.05.14 11:33 의견 0
김상교 발행인

[김상교 발행인]최근 경기도 광주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유지를 받들어 조성한 추모공원이 불법이라며 행정조치를 취했다. 위안부 문제로 인해 우리나라와 일본은 국가적 분쟁까지 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도와 광주시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유지를 무시한 채 수질보전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파묘를 주장하고 있다.

국가 잃은 설움 그리고 학대와 차별 속에 견뎌야했던 우리 국민의 가슴은 지금도 피멍이 들어있다. 무능한 지도자로 인해 온갖 탄압을 받았던 백성과 일제의 만행에 성적 희생양이 되었던 위안부 할머니의 마지막 소원까지 들어주지 못할 정도로 우리나라 특히 경기도와 광주시의 행정이 무례(無禮)한가?

한으로 삶을 살아왔고, 치부를 들어내는 용기로 일제의 만행을 세상에 알렸던 산증인이 바로 위안부 할머니들이다. 그리고 이 분들이 한 곳에 모여 함께 여생을 보내며 삶의 위안을 삼고 있는 곳이 나눔의집이다.

나눔의집은 불교 조계종이 주축이 되어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보살피고 보호하는 곳이며, 삶의 마지막 쉼터이다. 현재 거주하고 있는 위안부 할머니와 돌아가신 할머니들이 살아계실 때, ‘죽어서도 이곳을 떠나지 않고 여기에 묻히고 싶다’는 유지를 받들어 이곳 나눔의집 뒤편에 추모공원을 조성하여 고(故) 이용녀·김군자 할머니 외 9인이 영면하여 유골함에 모셔져 있다.

그런데 경기도와 광주시는 일제의 만행에 희생된 할머니들의 유언도 무시한 채 나눔의집이 있는 퇴촌면 일대는 한강 수계 수질보전을 위해 수변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봉안시설을 설치할 수 없고 현재 설치되어 있는 시설은 불법이라고 경기도 민관합동조사단이 알려왔으며, 확인 결과 예외는 인정할 수 없다고 통보를 했다.

또한 봉안시설은 불법이기에 10월 1일까지 유골함 이전명령과 함께 과태료 180만원을 부과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전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관련법에 따라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통보했다. 국민은 세계를 돌며 위안부 할머니의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소녀상을 설치하여 위로하고 있는데, 경기도와 광주시는 누구를 위한 행정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진정 몇 기의 유골함이 수질오염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나눔의집 관계자는 “유골함은 1995년 현재 주차장 부지에 있었고, 2017년 나눔의집 뒤에 조성된 추모공원으로 옮겼는데 그동안 행정당국에서 한 번도 지적한 적도 없었다”고 했으며, 위안부 할머니 유족은 “불과 10여기 밖에 안되는 조그마한 항아리에 담겨있는 유골함이 수질오염 시설이라고 이야기 한다는 것은 이해 할 수 없다”며 “만약 이 시설이 수질오염에 영향을 미친다면 현재 수변 주위에 있는 많은 불법 시설물들은 무엇인가?”라고 질타하며 행정처리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보호해야 할 국가인데, 꽃다운 청춘을 위안부로 만들어 평생 한을 품고 살게 했다. 그런데 지금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유지도 받들지 못하고 그들의 마지막 안식처까지 빼앗고 있다. 참으로 안타깝고 통탄(痛歎)할 일이다. 특히 경기도지사는 인권을 이야기하고 서민과 약자보호는 물론 불평등과 불합리를 누구보다 강요하는 정치인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진정 국가의 희생양이 된 위안부 할머니의 유언도 받들지 못하는 정치인이라면 그가 외치는 목소리는 위선이고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지금은 세계경제대국이며, 선진국 반열에 오른 대한민국이다. 나라를 잃고 탄압을 받으며 온갖 설움 속에서 일궈낸 역사의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지금도 일제만행에 힘들게 싸우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지천에 깔려있다.

경기도와 광주시가 펼치는 행정의 중심에 국민은 있는 것인가? 고되고 한 많은 삶을 마무리 하며 “이곳은 나의 영원한 안식처이다. 나는 죽어서도 내 집에서 친구들과 함께 지내고 싶다”고 외치는 할머니들의 절규 소리가 당신들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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